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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할 일이 많을수록 매뉴얼이 필요하다.

내 할 일이 많을수록 매뉴얼이 필요하다.

September 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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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던 시기에 짧게 피자집 알바를 했다.
도우를 피고, 토핑하고, 커팅하고, 포스기로 계산까지… 처음 해보는 일 투성이였다.
“나한테 이런 걸 다 맡겨도 되는 걸까..?😨” 싶었는데
막상 던져지니 어떻게든 해냈다.

처음엔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배운 걸 메모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서 반복되는 비효율이 눈에 들어왔다.
포스기를 잘 몰라 손님을 오래 세우거나, 매번 같은 질문에 구두로만 답해야 하는 상황들이 반복되었고
그런 것들이 겉으론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서비스 품질이 바로 떨어지는 순간들이 쌓이고 있었다.


매뉴얼을 만들자

점장님께 이런 상황이 반복돼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점장님도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당장은 바빠서 나중으로 미루고 계셨다.

그냥 두면 마무리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동안 정리해둔 노트를 바탕으로 간단한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전달드렸다.
이후 점장님과 상의해 노션을 도입했고, 주 1시간 정도를 매뉴얼 작성에 쓰기로 했다.

포스기 결제·반품·포인트 적립 절차를 이미지와 함께 정리했고,
삼성페이 오류나 배달앱 주문, 영수증 재발행 같은 자잘한 이슈도 기록했다.
필요할 때는 짧은 영상도 찍어 공유했다.

구두로만 전달되던 내용 대신, 누구나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생겼다.
짧은 알바 시간이었지만, 매뉴얼이 하나둘 쌓여가는 걸 보면서 뿌듯했고 동시에 재미도 있었다.


광고물을 붙여서 손님 대응을 편하게 하자

손님이 자주 묻는 질문들을 모아 안내 문구로 정리해 점장님께 말씀드렸다.
“조리 시간은 ○분 정도 소요됩니다”, “퇴식구는 뒷편에 있습니다” 같은 단순한 문구였지만, 피크타임에는 이런 질문에 대응하는 것도 꽤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점장님께 문자광고물 필요성을 전달했다.

💬 [나] “조리 시간 안내, 퇴식구 위치 같은 POP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필요한 문구 정리한 이미지 전달]”
💬 [점장님] “오 감사해요 👍 본사에 요청해둘게요.”

짧은 답장이었지만, 곧 실행될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점장님께 확인해보니 광고물은 신청해둔 상태였고, 아직 도착 전이라고 하셨다.
잠깐 붙여뒀을 때만 해도 질문이 확 줄어든 걸 체감했기 때문에, 작은 기록과 공유만으로도 현장이 한결 여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진행한 현장 개선과 매뉴얼 공유

  • 매번 손님께 반복 설명하는 안내는 광고물(POP)로 정리해서 부착 요청.
  • 단톡방 공지업무 영상 공유로 실수 줄이고, 알바생들끼리 반복 설명 불필요한 상황 개선.
  • 업무 프로세스·삼성페이 등 결제 이슈 정리, 배달앱 주문이나 영수증 재발행 등 FAQ를 단계별로 정리.

내가 느낀 점

  • 현장도 결국 문서화와 사용자 경험의 문제라는 것
  • 자료가 있으면 혼란은 줄고, 경험은 달라진다는 것
  • 개발자든 알바생이든, 문제를 기록하고 공유하고 개선하는 과정은 같다는 것

예전 같았으면 “내 일이 아니니까 그냥 참자”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발자로 일하면서 생긴 습관 덕에, 문제를 보고 그냥 넘기지 않고 개선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마무리

짧은 알바였지만, 할 일이 많을수록 일을 덜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다.
나를 위해,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을 위해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걸 확실히 체감했다.

이 경험 덕분에 내가 가진 문서화 역량사용자 중심 사고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작은 시도라도 팀과 서비스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